같이 일하는 사람이 너무 답답할 때, 직장 내 업무 떠넘기기와 무임승차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방법
회사생활이 원래 이런 것인지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 자체보다 사람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특히 나와 비슷한 위치에서 함께 실무를 하는 사람이지만, 실제 업무 분담은 전혀 대칭적이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처음에는 연차가 더 많고 윗사람이니 내가 조금 더 맞춰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니 대신 해주기도 하고, 상대가 어려워하는 자료 작성이나 엑셀, PPT 작업도 자연스럽게 도와준다. 그런데 문제는 한두 번의 도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대가 바쁠 때는 내 업무까지 당연하게 넘기면서도 내가 바쁠 때는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반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괄이라는 역할은 누리면서 실무적인 책임은 피하고,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업무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부담스러운 일에는 "잘 모른다"며 빠지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이 3~4년처럼 장기간 반복되면 결국 업무량 자체보다 '왜 나만 계속 감당해야 하는가'라는 억울함이 더 커진다.
더 힘든 것은 이런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서 나 자신까지 변한다는 점이다. 원래는 적극적으로 일하고 동료와 서로 돕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내 일만 해야겠다", "저 사람이 안 도와주는데 나도 굳이 도와줄 필요가 있나"라는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결국 상대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넘어 내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참고 맞춰주는 것이 답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회사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불합리함은 감수해야 하지만, 반복되는 업무 전가와 책임 회피까지 개인의 인내심으로 해결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업무의 경계와 책임을 다시 설정하는 것이다.
1. 이 문제의 핵심은 '성격 차이'가 아니라 업무 구조의 비대칭이다
겉으로 보면 이런 갈등은 성격 차이처럼 보인다. 한 사람은 적극적이고 한 사람은 수동적이며, 한 사람은 꼼꼼하고 한 사람은 대충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문제는 성격이 아니라 업무와 책임이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구조다. 성격이 달라도 서로의 업무 범위와 책임이 명확하다면 생각보다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상대가 본인이 바쁠 때는 자신의 업무량을 기준으로 전체 상황을 판단하면서, 내가 바쁠 때는 내 업무량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보는 경우다. 여기에 본인 업무의 일부를 별도의 협의 없이 나에게 넘기는 행동까지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업무 분담의 기준이 무너진다. 특히 "총괄"이라는 애매한 역할이 있는 조직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총괄의 역할은 일반적으로 업무를 검토하고 방향을 잡으며 필요한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총괄이 실무 책임에서 완전히 빠져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총괄이라는 이유로 모든 실무를 직접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권한과 책임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구조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된다.
| 구분 | 상대방 | 나 |
| 총괄 역할 | 적극적으로 행사 | 사실상 대응 |
| 업무 지시 | 가능 | 제한적 |
| 업무 전가 | 가능 | 수용하는 경우 많음 |
| 실무 작성 | 선택적으로 수행 | 대부분 수행 |
| 문제 발생 시 | 검토·지시 중심 | 수정·수습 중심 |
| 의사결정 책임 | 필요할 때 회피 | 실무에서 사실상 부담 |
| 추가 업무 | 상대적으로 적음 | 지속적으로 증가 |
이 구조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내가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업무가 계속 나에게 몰리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저 사람이 하면 된다"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저 사람이 해왔으니 앞으로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어디까지 책임지는 사람인지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2. '내가 조금 더 하면 편해지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처음에는 대부분 비슷하게 행동한다. 내가 조금 더 빠르니까 내가 한다. 상대가 잘 못하니까 내가 한다. 설명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빠르니까 내가 한다. 상사가 보기에는 내가 적극적인 직원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 손해만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방식이 장기간 지속되면 도움은 업무 분담이 아니라 고정된 역할이 된다. 처음에는 "도와준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원래 네가 하는 일"이 된다. 특히 상대방이 자신의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면 굳이 업무 방식을 바꿀 이유도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모든 일을 거절하라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것과 업무를 대신 책임지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가 "이 자료 좀 만들어주세요"라고 한다면 바로 만들어주는 대신 "제가 지금 A와 B를 진행하고 있어서 오늘까지는 어렵습니다. 이 업무가 우선이면 A 일정은 내일로 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협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우선순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상대가 본인의 업무 일부를 자연스럽게 넘긴다면 "제가 맡고 있는 업무 범위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이 부분까지 제가 담당하는 것으로 정리하면 될까요?"라고 확인할 수 있다. 핵심은 감정적으로 "왜 또 저한테 시키세요?"라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공식적인 언어로 다시 돌려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의 반응도 관찰할 수 있다. 정말 업무상 불가피하게 도움을 요청한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내가 아무 말 없이 해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한 것인지가 드러난다.
3.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업무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업무가 한쪽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기억에 의존해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제가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습니다"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얼마든지 다른 기억을 꺼낼 수 있다. 반면 업무를 기록해두면 감정적인 갈등을 객관적인 업무량의 문제로 바꿀 수 있다.
거창한 문서를 만들 필요도 없다. 내가 진행한 주요 업무, 추가로 받은 업무, 업무 요청을 받은 시점, 원래 담당자, 마감일, 실제 소요 시간 정도만 간단하게 기록하면 된다. 특히 상대방의 업무를 대신 처리한 경우에는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리지 말고 구체적으로 남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1월 15일 행사자료 작성 지원"이라고 적는 것보다 "1월 15일 행사자료 초안 작성 및 그래프 수정, 최종본 제작까지 수행"이라고 기록하는 편이 훨씬 명확하다. 그래야 나중에 업무 조정이 필요할 때 "제가 힘들어요"가 아니라 "현재 제 담당 업무 외에 이런 업무까지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기록의 목적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증거 수집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일을 맡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업무량을 객관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당연하게 해온 업무가 실제로는 상당한 추가 업무였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4. 상대방의 '기분'보다 업무의 기준을 우선해야 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과 일할 때 가장 피곤한 부분은 업무 자체보다 상대방의 반응을 신경 쓰게 된다는 것이다. 업무 범위를 이야기하면 기분 나빠할 것 같고, 도움을 거절하면 "요즘 왜 이렇게 협조를 안 하지?"라고 생각할 것 같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또 방어적으로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상대방의 기분까지 내가 관리하기 시작하면 업무 경계는 사실상 사라진다. 특히 상대가 연차가 많거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요청을 받아줄 필요는 없다. 직장에서 연차는 존중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일방적으로 전가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대가 자료를 뒤늦게 수정하면서 "이거 이상해서 내가 고쳤다"라고 말한다면 굳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없다. "당시에는 이 버전으로 검토받아 진행했던 자료입니다. 이번에 방향이 변경된 것이라면 앞으로는 변경된 기준으로 반영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이 말의 중요한 점은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의사결정 과정과 변경 시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상대가 "그때 내가 놓쳤나 보네요"라고 방어적으로 반응하더라도 굳이 "그러니까 제가 맞았잖아요"까지 갈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재발 방지다.
5. '총괄'이라는 직책의 역할을 개인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공식적인 기준으로 보라
특히 총괄과 실무자가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는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다르면 갈등이 쉽게 생긴다. 총괄이 검토와 지시만 하는 사람인지, 실무까지 일정 부분 책임지는 사람인지, 최종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결국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모든 빈틈을 메우게 된다.
상대방이 총괄이라는 이유로 검토하고 지시하는 것은 조직상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검토한 자료에 대해 상급자가 질문했을 때 "제가 작성했으니 더 잘 알지 않느냐"는 식으로 빠진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총괄의 핵심은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관여하고 결정한 업무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책임과 설명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모든 실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총괄의 역할까지 떠맡을 필요도 없다. "이 부분은 제가 실무 작성은 했지만 최종 방향은 총괄님께서 판단해주셔야 합니다"라고 역할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상대가 "나는 부서장이 아니라 결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 말 자체를 존중하면 된다. 대신 그 결정권이 없는 사람이 나에게 업무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떠넘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권한이 없는 사람이 책임을 갖지 않는다면, 권한이 없는 나 역시 최종 판단까지 대신할 이유가 없다.
6. 도움을 줄 때도 '선의'가 아니라 '범위'를 정해야 한다
협업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이런 관계에서 손해를 보기 쉽다. 상대가 어려워하는 업무를 보면 그냥 내가 해주는 것이 빠르고, 문제가 생기면 내가 고치는 것이 결과적으로 조직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업과 희생은 다르다. 협업은 서로의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지만, 희생은 한쪽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한쪽이 지속적으로 떠안는 구조다. 특히 상대가 도움을 받은 뒤 그 도움을 당연한 권리처럼 인식하기 시작했다면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도움을 줄 때도 세 가지 기준을 정하는 것이 좋다. 첫째, 정말 긴급한 업무인지 확인한다. 둘째,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한다. 셋째, 지원으로 인해 밀리는 내 업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한다.
예를 들어 "오늘 행사 때문에 급한 부분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다만 전체 자료를 제가 맡기는 어렵고, 여기까지 정리해두겠습니다"라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협조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유지하면서 내 업무를 무한정 희생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목표는 '나는 아무것도 안 해주는 사람이 되겠다'가 아니다. 도와주되, 도와주는 사람이 계속 손해 보는 구조는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7.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내가 반응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3~4년 동안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면 상대방의 성향이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역지사지가 부족한 사람이 갑자기 상대의 업무량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책임 회피가 습관인 사람이 어느 날부터 주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라고 기대하면 결국 내가 더 지친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는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보다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해도 나는 어떻게 덜 소모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감정적 대응을 줄이고 일정한 패턴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업무를 떠넘기면 업무 우선순위를 확인한다. 역할이 애매하면 담당자를 확인한다. 검토 내용이 바뀌면 변경된 기준을 확인한다. 결정권이 필요하면 결정권자에게 올린다. 내 업무가 과부하라면 현재 업무와 추가 업무를 함께 보여준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일이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태도를 내 성격까지 끌고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상대가 수동적이라고 해서 나까지 수동적인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다만 예전처럼 무조건 먼저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면 된다.
8. '눈에는 눈'이 아니라 '정당한 경계'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스스로 "나도 눈눈이이하게 된 것 같아 괴롭다"고 느끼는 부분은 오히려 중요한 신호다. 그동안 너무 많이 감당해왔기 때문에 반작용으로 완전히 손을 놓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안 도와주니까 나도 무조건 안 도와주는 방식으로 가면 결국 내가 원래 싫어했던 사람의 업무 방식을 닮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무조건 희생하는 방식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내 담당 업무는 책임감 있게 한다. 협업이 필요한 일에는 합리적으로 협조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업무를 자동으로 대신하지는 않는다. 권한이 필요한 일은 권한자에게 돌린다. 내 업무가 과부하라면 우선순위를 조정한다.
이 정도의 원칙만 유지해도 된다.
즉, "저 사람이 이 정도밖에 안 하니까 나도 이 정도만 해야지"가 아니라 "나는 내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되, 다른 사람의 역할까지 무제한으로 떠안지는 않겠다"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건강한 업무 경계에 가깝다.
9. 그래도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부서 이동이나 이직을 고려할 수 있다
아무리 개인의 대응 방식을 바꿔도 조직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한계가 있다. 특히 부서장이 이런 비대칭적인 업무 구조를 알고도 방치하고 있거나, 오히려 상대방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면서 그 빈자리를 계속 다른 직원에게 채우게 한다면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때는 "내가 예민한가?"라고 생각하기보다 실제 구조를 봐야 한다. 업무량이 지속적으로 한쪽에 몰리는지, 역할과 책임이 불명확한지, 추가 업무에 대한 보상이나 조정이 없는지, 문제를 제기했을 때 조직이 개선하려는 태도를 보이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한 번 이야기했는데도 개선되지 않는 것과, 문제를 여러 번 공식적으로 제기했는데도 개선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후자라면 그것은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조직이 선택한 운영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부서 이동이나 이직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다. 내 업무 역량을 소모시키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다만 감정이 가장 격해진 순간에 바로 퇴사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맡아온 업무와 성과를 정리해두고 다음 조직에서는 어떤 역할과 환경을 원하는지부터 구체화하는 것이 좋다.
마무리: 회사생활은 참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책임질지를 정하는 과정이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내가 양보해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연차가 높은 사람을 존중해야 할 때도 있고, 팀 전체를 위해 내 업무 외의 일을 도와야 할 때도 있다. 모든 업무 분담을 칼같이 계산하면서 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한쪽만 양보하고, 한쪽만 업무를 더 많이 수행하고, 한쪽만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협업이 아니다. 특히 상대방은 권한과 대우를 누리면서 책임은 회피하고, 나는 실무와 수습을 담당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권한은 갖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상당한 소진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필요한 마인드는 "저 사람도 나름 사정이 있겠지"라는 무한한 이해도 아니고, "나도 이제 저 사람처럼 하겠다"는 냉소도 아니다. 나는 내 일을 제대로 하되, 남의 책임까지 내 책임으로 만들지는 않겠다는 원칙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나를 너무 자책할 필요가 없다. 원래 적극적이고 협업을 좋아하던 사람이 오랫동안 일방적인 관계에 놓이면 방어적으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중요한 것은 그 상태에 계속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의 성격을 고치는 것은 내 업무가 아니다. 상대방에게 역지사지를 가르치는 것도 내 업무가 아니다. 내가 할 일은 내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만큼 협업하고,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는 것이다.
결국 좋은 직장생활은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문제를 내가 떠안지 않는 것에 더 가깝다. 상대방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내가 일하는 방식과 경계는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쌓이면 적어도 이 사람 때문에 내가 나 자신까지 싫어지는 상황에서는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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