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의 작동 원리
클리셰는 흔히 “진부하다”라는 말과 연결되지만, 사실 이야기 속에서는 독자의 몰입을 이끄는 장치로 작동한다. 문제는 ‘어떻게 쓰느냐’이다. 같은 장면도 구조 속 위치와 맥락에 따라 독자에게 감동이 되기도 하고, 식상함이 되기도 한다. 이번 장에서는 클리셰가 이야기 구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장르별 공식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그리고 왜 독자가 뻔하다고 알면서도 계속 읽게 되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본다.
1. 이야기 구조 속 클리셰의 자리
모든 이야기는 크게 도입–대립–해결이라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과정 속에서 클리셰는 특정 장면을 기대하게 만들고, 감정을 고조시키며, 마지막에는 만족감을 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 도입에서는 독자가 장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예를 들어 로맨스 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 장면을 떠올려 보자. 단순히 착한 행동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면 뻔하지만, 양보한 자리가 사실 상대방이 평소 매일 앉던 ‘고정석’이었다는 식으로 작은 디테일을 얹으면 이야기에 개성이 생긴다. 판타지에서는 “낯선 빛을 발하는 돌”을 발견하는 전형적인 시작이 있다. 여기서 그 돌이 사실은 마을 사람들이 매일 밟고 다니던 디딤돌이었다는 설정을 더하면,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긴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 대립 구간에서는 갈등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쓰인다.
- 로맨스의 경우 “사소한 오해”는 흔하지만 금세 풀리기 때문에 지루하다. 그러나 그 오해가 예를 들어 주인공의 직업적 의무와 연관되어 있다면 훨씬 무겁게 다가온다. 예컨대 여주는 형사, 남주는 사건의 용의자 가족이라면 두 사람은 쉽게 다가갈 수 없다. 판타지에서는 주인공이 힘을 깨닫는 순간이 중요한데, 여기에 “힘을 쓸 때마다 다른 이의 고통을 떠안는다”라는 대가가 붙으면 단순 각성이 아니라 깊은 갈등을 낳는다.
- 해결 구간에서는 독자가 기다려온 보상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약속한 장면을 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의미를 전환해야 한다. 로맨스라면 고백 장면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나는 네 곁에 남을 수 없지만, 네가 원하는 길을 가게 돕겠다”라는 책임의 선언이라면 훨씬 무게감 있는 결말이 된다. 판타지에서 보스를 무찌르는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적과 협력해야 세상이 유지된다”라는 반전을 덧붙이면 독자는 익숙한 장면 속에서 새로움을 경험한다.
요약 정리
- 도입: 장르를 알려주는 첫 신호로 클리셰 활용.
- 대립: 갈등을 강화하는 추진력으로 클리셰 사용.
- 해결: 약속은 지키되 의미를 새롭게 뒤집기.
2. 장르 공식과 독자의 기대 심리
클리셰가 살아남는 가장 큰 이유는 장르마다 이미 굳어진 공식이 있고, 독자들이 그 공식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 장르에서는 이런 장면이 반드시 나온다”라는 전제를 갖고 작품을 읽는다.
- 로맨스의 독자는 첫 만남의 두근거림, 위기 속에서의 설렘, 갈등과 화해, 고백을 기대한다. 만약 이런 장면이 없다면 오히려 허전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대로만 흘러가면 지루하다. 따라서 같은 만남이라도 도서관에서 책을 동시에 집는 뻔한 장면 대신, 도서관에서 마지막 남은 책을 두고 다투다가 함께 공동 대출을 하는 상황이라면 익숙한 패턴 속에 새로움이 생긴다.
- 판타지의 독자는 평범한 주인공이 성장해 위대한 영웅이 되는 과정을 원한다. 만약 성장이나 각성이 전혀 없다면 판타지적 쾌감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무제한 파워 업은 금세 질린다. 따라서 “힘을 얻는 대신 나이를 조금씩 잃는다”라는 식으로 대가를 붙이면 독자는 클리셰적인 성장 장면을 읽으면서도 긴장을 유지하게 된다.
- 미스터리의 독자는 사건의 반전과 진범의 정체를 기다린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범인이었다”는 반전은 너무 익숙하다. 하지만 그 범행의 이유가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주인공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면 똑같은 클리셰라도 감정의 울림이 달라진다.
요약 정리
- 로맨스: 심쿵 포인트는 반드시 필요, 단 디테일을 바꿔 신선함을 줘야 한다.
- 판타지: 성장과 각성은 필수, 단 대가를 부여해 무게감을 만들어야 한다.
- 미스터리: 반전은 필수, 단 동기를 비틀어 감정을 더해야 한다.
3. “이미 아는 것 같은데 계속 읽고 싶은” 비밀
많은 작가들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지만, 사실 독자가 원하는 것은 낯선 이야기 전체가 아니다. 독자는 장르 안에서 예상 가능한 흐름을 경험하길 원한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작은 차이를 발견할 때 “뻔한데 신선하다”라는 만족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로맨스에서 고백 장면은 누구나 예상한다. 하지만 그 고백이 단순한 사랑의 고백이 아니라 “나는 네 곁에 남고 싶지만, 너를 위해 떠나겠다”라는 선택이라면, 독자는 클리셰를 충족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디테일에 감동을 받는다. 판타지에서 주인공이 각성하는 것도 예상 가능하지만, 그 순간이 전투가 아니라 동료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상황에서 일어난다면 독자는 같은 각성을 보면서도 새로운 감정을 얻게 된다. 미스터리에서도 범인이 친구라는 설정은 익숙하다. 그러나 그 범죄의 동기가 증오가 아니라 희생이었다는 반전은 뻔한 클리셰를 깊은 드라마로 바꿔놓는다.
즉, 독자가 계속 읽는 이유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예상 속에서의 작은 어긋남이다. 이 어긋남이 독자가 “다 알 것 같은데, 다음 장을 안 읽을 수 없다”라고 느끼게 하는 힘이다.
요약 정리
- 독자가 원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예상 가능한 재미다.
- 클리셰는 반드시 충족하되, 맥락이나 의미를 살짝 비트는 것이 핵심이다.
📌 최종 정리
- 클리셰는 이야기 구조 속 위치에 따라 다른 기능을 한다.
- 도입: 장르 신호
- 대립: 갈등 강화
- 해결: 약속 지키되 의미 뒤집기
- 장르별 공식은 독자의 기대심리와 연결된다.
- 로맨스는 심쿵 포인트, 판타지는 각성과 성장, 미스터리는 반전이 필수다.
- 단순 반복이 아니라 디테일과 동기를 바꿔 신선함을 준다.
- *독자가 계속 읽는 이유는 “예상 + 작은 차이”**에 있다.
- 익숙한 장면은 안정감을 주고, 변주는 깜짝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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