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클리셰
이야기의 전개에서 특정 사건은 단순히 흥미 요소가 아니라 인물의 관계, 감정, 선택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런 사건은 장르마다 반복되며 독자나 시청자가 본능적으로 기대하는 순간이 된다. 우리는 이를 사건 클리셰라고 부른다. 이번 장에서는 세 가지 대표적 사건 ― 첫 만남과 운명적 충돌, 성장과 각성·복수와 반전, 고백·결혼·이별 ― 을 영화·드라마·웹소설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1. 첫 만남과 운명적 충돌
첫 만남은 관계의 씨앗을 심는 사건이다. 많은 작품들이 주인공들의 만남을 단순히 “소개”가 아니라, 우연이지만 필연처럼 느껴지는 사건으로 그린다. 이때 흔히 쓰이는 방식이 바로 충돌이다. 버스에서 부딪치거나, 비 오는 날 우산을 함께 쓰거나, 물건을 떨어뜨리고 동시에 줍는 장면 같은 것들이다. 이런 클리셰는 “이 두 사람은 특별하다”라는 암시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나희도와 백이진의 첫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지만, 두 인물이 서로의 인생에 깊이 관여하게 될 것임을 직감하게 만든다. 나희도가 백이진에게 우산을 빌려주는 장면은 흔한 설정 같지만, IMF라는 사회적 배경과 함께 “위기의 시대 속에서 서로가 의지할 존재가 된다”라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같은 우산 장면이라도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시대의 무게와 연결될 때 훨씬 새롭게 다가온다.
영화 너의 결혼식(2018)에서도 고등학생 시절 주인공들이 우연히 만나면서 첫사랑의 서사가 시작된다. 교복 차림의 두 인물이 비 오는 날 함께 뛰는 장면은 매우 전형적이다. 하지만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만남이 다시금 반복되면서, 운명적 관계가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 인생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건으로 재해석된다.
웹소설에서도 이런 운명적 만남은 자주 등장한다. 로맨스 판타지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에서 주인공 아리로즈는 황태자와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권력 관계에 발을 들인다. 단순한 마주침이 아니라 정치적 운명을 결정짓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첫 만남” 클리셰가 단순한 사랑의 시작을 넘어 세계관 전체를 움직이는 사건으로 확장된다.
이처럼 첫 만남과 충돌은 너무 흔하지만, 배경과 맥락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한다. 교실, 버스, 비 오는 거리라는 익숙한 공간 대신 법정, 재난 현장, 혹은 가상현실 같은 공간에서 충돌을 배치하면, 뻔한 클리셰도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처럼 설계된 사건으로 독자가 “이 만남이 앞으로 큰 의미를 지닐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는 것이다.
요약
- 첫 만남은 관계의 운명을 암시하는 사건이다.
-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영화 너의 결혼식, 웹소설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가 좋은 예시다.
- 장소·시대·사회적 맥락을 변주하면 익숙한 충돌도 신선해진다.
2. 성장과 각성, 복수와 반전
이야기의 중반부에서 가장 강력한 사건은 주인공이 성장과 각성을 통해 도약하거나, 복수와 반전으로 흐름을 뒤집는 순간이다. 독자는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성장과 각성은 전투나 초능력의 각성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초능력이 아닌 자기 이해와 사회적 성숙을 각성으로 다룬다. 우영우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점차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은, 힘의 각성이 아니라 정체성과 용기의 각성이다. 익숙한 성장 클리셰를 일상적 드라마로 변주한 사례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는 피터 파커가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선택을 하면서 성숙해진다. 단순한 능력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세상을 위한 희생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 각성의 핵심이다. 이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성장 클리셰를 더욱 성숙하게 재해석한 것이다.
복수와 반전은 또 다른 강력한 사건 클리셰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폭 피해자의 치밀한 복수극이다. 단순한 응징이 아니라, 가해자와 그 주변 인물들, 그리고 사회 구조까지 함께 겨냥하는 복수는 클리셰를 넘어선다. 익숙한 복수 서사가 사회적 문제의 은유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웹소설에서도 이런 사건은 빈번하다. 예를 들어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는 김독자가 자신이 읽던 소설의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며 끊임없이 각성과 반전을 겪는다. 주인공이 ‘독자’에서 ‘플레이어’로 성장하는 과정은 전형적인 각성 클리셰지만, 메타적 설정 덕분에 신선하게 다가온다.
요약
- 성장과 각성은 주인공이 책임과 선택을 통해 성숙해지는 순간이다.
- 복수와 반전은 이야기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장치다.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더 글로리, 기생충,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좋은 사례다.
3. 고백·결혼·이별 같은 대표 장면
로맨스와 멜로드라마에서 가장 강력하게 소비되는 사건은 고백, 결혼, 이별이다. 이 장면들은 감정의 절정을 담으며, 독자와 시청자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순간이 된다.
고백은 흔히 클라이맥스에서 터진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은 첫사랑의 고백 실패와 후회를 통해, 고백이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인생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사건임을 보여준다. 최근 웹소설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도 주인공이 환생 후 다시금 같은 인물을 사랑하게 되며 고백한다. 이 고백은 “다시 살아볼 용기”라는 의미를 지니며, 사랑 고백을 넘어 삶의 선택을 상징한다.
결혼은 오랫동안 해피엔딩의 상징이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갈등의 시작으로도 쓰인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019~2020)에서는 남북한 현실로 인해 결혼은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꿈으로 남는다. 결혼이라는 사건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넘을 수 없는 현실의 장벽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별은 언제나 큰 울림을 준다. 영화 라라랜드(2016)에서는 꿈과 사랑 사이에서 선택한 두 사람이 결국 이별한다. 하지만 이별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인정하는 선택이다. 드라마 사내맞선(2022)에서는 주인공들이 오해와 갈등 끝에 잠시 헤어지지만, 이는 재회의 감정을 극적으로 키우는 장치다.
웹소설 상수리나무 아래에서도 이별은 강력하게 쓰인다. 주인공과 연인이 정치적 음모로 잠시 헤어지는 장면은 단순한 단절이 아니라, 서로가 더 성장하고 다시 만나기 위한 복선이 된다. 이별은 독자에게 슬픔과 동시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남기며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요약
- 고백은 사랑의 표현을 넘어 용기와 삶의 선택을 의미한다.
- 결혼은 해피엔딩의 상징이지만, 최근 작품들은 현실의 장벽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한다.
- 이별은 단절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계기이자 재회의 복선이다.
📌 최종 정리
- 첫 만남과 운명적 충돌: 우연이지만 필연처럼 설계된 사건으로, 앞으로의 관계를 예고하는 장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너의 결혼식,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
- 성장과 각성, 복수와 반전: 주인공의 성숙, 사회적 응징, 숨겨진 진실의 폭로를 통해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더 글로리, 기생충, 전지적 독자 시점)
- 고백·결혼·이별: 사랑 이야기의 정점을 이루는 사건으로,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책임·현실·성장을 담는 장치다. (건축학개론,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사랑의 불시착, 라라랜드, 상수리나무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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