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클리셰의 문제와 한계
클리셰는 장르 문학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장치다. 독자가 장르를 선택할 때 기대하는 요소 대부분은 사실상 클리셰에 해당한다. 그러나 클리셰가 너무 반복되면 이야기는 식상해지고, 독자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특히 웹소설처럼 매일 연재되고 수많은 작품이 동시에 경쟁하는 시장에서는, 클리셰가 독자를 붙잡는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자를 떠나게 만드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이번 장에서는 두 가지 문제의식을 깊게 다룬다. 예측 가능성과 독자 피로, 그리고 진부함을 피하는 법이다.
1. 예측 가능성과 독자 피로
장문 설명
웹소설 독자들은 빠른 전개와 즉각적인 재미를 원한다. 그래서 작가들은 자주 쓰이는 안전한 클리셰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판타지에서는 ‘약한 주인공이 각성해 최강자로 성장한다’, 무협에서는 ‘몰락한 문파의 후계자가 회귀한다’, 로맨스 판타지에서는 ‘악녀가 환생해 인생을 다시 산다’ 같은 틀이다. 이 구조는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검증되었고, 독자도 익숙하기 때문에 초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웹소설 시장에서 대세였던 **〈나 혼자만 레벨업〉**류의 헌터물 공식은 수많은 파생작을 낳았다. 수많은 작품이 던전, 시스템, 각성, 성장이라는 동일한 요소를 사용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독자들은 “또 시스템이야?”, “또 던전이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작품이 잘못된 게 아니라, 공식이 너무 많아진 탓에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로맨스 판타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재혼 황후〉**의 성공 이후, ‘이혼·재혼·환생·악녀의 성장’ 같은 클리셰는 무수히 복제되었다. 독자들은 초반에는 익숙한 전개를 즐겼지만, 유사한 설정이 반복되면서 “비슷한 이야기만 본다”는 피로를 느꼈다. 같은 클리셰가 10편, 20편 반복되면 아무리 디테일이 달라도 큰 줄기에서 식상함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예측 가능한 클리셰는 긴장감을 없앤다. 스릴러·호러 계열의 웹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마지막에 가장 믿었던 인물이 배신자였다”라는 전개는, 초반에는 충격적이지만 반복되면 독자가 미리 추측하게 된다. “제일 친근하게 나오는 애가 범인 아니야?”라는 반응은 이미 클리셰가 독자의 뇌리에 각인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반전이 반전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독자 피로의 양상
- 반복적 설정 피로: 던전·헌터·시스템, 악녀 환생·재혼, 무림 회귀 같은 설정이 너무 많아 독자들이 제목만 봐도 전개를 예상한다.
- 유사 인물 피로: 다른 작품인데도 주인공 성격, 조연의 역할, 악역의 패턴이 거의 같다. “캐릭터만 바뀐 같은 이야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 전개 구조 피로: 초반 각성 → 중반 성장 → 후반 최종 보스라는 구조가 너무 반복되면, 독자는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결말만 궁금해진다.
- 클리셰 메타 피로: 심지어 독자들이 댓글에서 “이건 전형적인 X 클리셰네”라고 분석하면서, 서사적 긴장이 해소된다.
사례 분석
- 〈화산귀환〉: 회귀·부활이라는 클리셰를 택했지만, 유머러스한 주인공 캐릭터와 문파 부흥이라는 집단적 목표를 강조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같은 회귀물이라도 색깔을 입히면 피로를 줄일 수 있다.
- 〈전지적 독자 시점〉: ‘주인공만 원작을 안다’라는 메타 클리셰를 도입해, 기존의 예측 가능한 영웅 성장 서사를 비틀었다. 독자들은 뻔한 전개를 예상할 수 없게 되어 끝까지 긴장을 유지한다.
- 〈무림세가 망했는데 회귀함〉: 회귀+무림이라는 흔한 틀이지만, 몰락한 세가 부흥이라는 집단 드라마를 강조해 독자 피로를 일부 해소했다.
핵심 정리
예측 가능성과 독자 피로는 웹소설 시장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아무리 재밌는 공식이라도 반복되면 가치가 떨어지고, 독자들은 점점 새로운 장르로 이동한다. 결국 작가에게 필요한 건 똑같은 클리셰를 어떻게 다르게 쓸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요약
- 클리셰의 반복은 예측 가능성과 긴장감 상실을 초래한다.
- 독자 피로는 설정·인물·전개 구조의 반복에서 온다.
- 사례: 화산귀환, 전지적 독자 시점, 무림세가 망했는데 회귀함.
- 핵심: 같은 틀이라도 새로운 변주 없이는 독자는 이탈한다.
2. 진부함을 피하는 법
장문 설명
클리셰를 무조건 배제할 수는 없다. 오히려 독자는 클리셰를 기대하기 때문에, 그것을 지우면 장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문제는 어떻게 진부하지 않게 쓰느냐이다. 잘 쓰인 클리셰는 “예상 가능한 재미”를 주고, 변주된 클리셰는 “예상 밖의 신선함”을 준다.
웹소설 작가들이 자주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 배경과 장르의 결합으로 변주하기
- 예: 전지적 독자 시점은 현대 도시물+게임 시스템+메타 서사를 결합했다. 전형적인 판타지 각성물이지만, 독자가 ‘원작 독자’라는 관점을 가진 주인공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 같은 각성 클리셰라도, “중세 왕국”이 아니라 “서울 지하철”이라는 배경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 캐릭터의 성격으로 차별화하기
- 예: 화산귀환의 청명은 보통의 회귀 주인공처럼 냉정하고 무자비하지 않고, 유머러스하며 허술하다. 독자는 뻔한 회귀물이 아닌, “웃긴 무협물”을 경험하며 신선함을 느낀다.
- 같은 설정이라도 주인공의 태도와 말투가 달라지면 독자는 지루함을 덜 느낀다.
- 구조를 비틀기
- 예: 달빛조각사는 성장 서사의 전형을 따라가지만, ‘게임 속 조각사’라는 비주류 직업을 선택하게 했다. 흔한 전개 구조를 비틀어 오히려 더 큰 성장을 그려낸 것이다.
- 즉, 클리셰의 뼈대는 유지하되, 디테일에서 차별화를 주면 된다.
- 독자의 기대를 역이용하기
- 예: 재혼 황후는 독자가 “황후는 결국 사랑 없는 결혼에 묶여 고통 받겠지”라고 예상하는 순간, 나비에가 스스로 이혼을 요구하고 새로운 사랑을 선택한다. 예상은 틀리고, 그 반전에서 신선한 감정이 나온다.
- 독자들이 클리셰를 잘 알수록, 작가는 그것을 ‘뒤집어주는 순간’으로 진부함을 피할 수 있다.
사례 심화
- 〈전지적 독자 시점〉: 가장 좋은 예다. ‘주인공만 원작을 안다’라는 설정은 사실 일종의 “독자 이입 클리셰”를 극대화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메타적으로 풀어내면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로 발전시켰다.
- 〈화산귀환〉: 회귀물의 틀을 따르지만, ‘몰락한 문파의 부흥’이라는 집단적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청명의 성격으로 차별화를 줬다.
- 〈달빛조각사〉: 전형적인 게임 판타지지만, 주인공이 택한 직업이 ‘조각사’라는 의외성이 신선함을 만들었다.
- 〈재혼 황후〉: 로판의 전형적 ‘황후의 비극’을 역전시켜, 주체적으로 사랑과 권력을 선택하는 여성 캐릭터를 보여줬다.
핵심 정리
진부함을 피하는 법은 클리셰를 버리는 게 아니라, 변주하고 뒤집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독자는 여전히 ‘왕도적 재미’를 원하지만,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을 찾는다. 작가의 몫은 그 순간을 어떻게 설계할지다.
요약
- 클리셰를 없애는 게 아니라, 다르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 변주 방법: 배경과 장르 결합, 캐릭터 차별화, 구조 비틀기, 독자 기대 역이용.
- 사례: 전지적 독자 시점, 화산귀환, 달빛조각사, 재혼 황후.
- 핵심: 클리셰는 약속이고, 변주는 선물이다.
📌 최종 정리
- 예측 가능성과 독자 피로
- 클리셰는 장르의 뼈대지만, 반복되면 긴장감과 신선함이 사라진다.
- 독자 피로는 설정·인물·구조의 반복에서 비롯된다.
- (나 혼자만 레벨업, 재혼 황후, 화산귀환, 전지적 독자 시점 등 사례)
- 진부함을 피하는 법
- 클리셰를 버리는 게 아니라 변주하고 뒤집어야 한다.
- 배경, 캐릭터, 구조, 기대 심리 등을 활용해 차별화를 만든다.
- (전지적 독자 시점, 화산귀환, 달빛조각사, 재혼 황후)
웹소설 특강-클리셰 마스터 하기-미스터리·스릴러·호러
미스터리·스릴러·호러미스터리·스릴러·호러 장르는 독자에게 **“다음 장을 넘기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몰입감”**을 제공하는 장르다. 판타지처럼 화려한 세계관이나 로맨스처럼 감각적 쾌
nothingcat.tistory.com
웹소설 특강-클리셰 마스터 하기-무협·퓨전 사극
무협·퓨전 사극무협과 퓨전 사극 장르는 웹소설 시장에서 특히 활발하게 소비된다. 전통 무협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독자적인 독자층을 구축했으며, 최근에는 퓨전 무협·퓨
nothingcat.tistory.com
웹소설 특강-클리셰 마스터 하기-왜 클리셰가 중요한가!
1장. 왜 클리셰가 중요한가1. 클리셰의 정의와 오해클리셰(cliché)란 특정 장면이나 설정, 전개 방식이 너무 자주 반복되어 익숙해진 패턴을 말한다. 보통은 “진부하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
nothingcat.tistory.com
웹소설 특강-클리셰 마스터 하기-클리셰의 작동 원리
클리셰의 작동 원리클리셰는 흔히 “진부하다”라는 말과 연결되지만, 사실 이야기 속에서는 독자의 몰입을 이끄는 장치로 작동한다. 문제는 ‘어떻게 쓰느냐’이다. 같은 장면도 구조 속 위치
nothingcat.tistory.com
웹소설 특강-클리셰 마스터 하기-사건 클리셰
사건 클리셰이야기의 전개에서 특정 사건은 단순히 흥미 요소가 아니라 인물의 관계, 감정, 선택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런 사건은 장르마다 반복되며 독자나 시청자가 본능적으로
nothingcat.tistory.com
웹소설 특강-클리셰 마스터 하기-인물 클리셰
인물 클리셰인물은 이야기의 중심이다. 서사가 흘러가는 힘은 결국 인물들이 어떻게 설정되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웹소설이나 대중 서사에서 자주 반복되는 인물 유형, 즉
nothingcat.tistory.com
'웹소설 웹툰 > 클리셰 마스터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웹소설 특강-클리셰 마스터 하기-클리셰 비틀기와 차별화 (0) | 2025.09.04 |
|---|---|
| 웹소설 특강-클리셰 마스터 하기-미스터리·스릴러·호러 (0) | 2025.09.03 |
| 웹소설 특강-클리셰 마스터 하기-현대 판타지·도시물 (1) | 2025.09.02 |
| 웹소설 특강-클리셰 마스터 하기-판타지 클리셰 (0) | 2025.09.02 |
| 웹소설 특강-클리셰 마스터 하기-로맨스 클리셰 (0) | 2025.09.02 |